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 홍준표)가 실수를 범한 심판에 대해 코트 배정을 중단하고 다음 대회부터 위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2 런던올림픽 세계예선전 파견 국가대표 선수선발 예선대회’가 열리고 있는 성남실내체육관에서 나온 결정이다.
5월 23일 열린 남자 -58KG급 2, 3위 결정전, 이 경기의 주심은 00도태권도협회 심판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조장급 심판이었다.
이날 경기는 용인대 이길수와 나사렛대 차태문이 최종전 티켓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경기로 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였다.
1R 1분여 경기가 진행된 상태에서 갑작스레 이길수는 다리에 통증을 호소했다. 근육경련으로 인한 것처럼 보여졌고 해당 코치가 코트에 들어가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진을 요청했다.
KTA의 경기규칙에 따르면 선수가 코트에서 경기 중 부상을 당하게 되면 부상 확인과 치료 등을 위해 주심이 최초 1분의 시간을 주고, 추가로 30초의 시간을 더 줄 수 있게 되어 있다. 만약 의료진의 투입이 필요한 상태라면 의료진이 투입되는 상태에서 다시 1분~1분 30초의 시간을 추가로 주어야 하며 이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도합 3분여의 시간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가 경기를 재개하지 못한다면 즉각 실격 처리된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해당 경기의 심판은 처음 부상을 호소했을 때에만 1분 30초의 시간을 주었을 뿐 의료진이 투입됐을 때 다시 추가로 시간을 준다는 ‘계시’ 선언을 하지 않았다. 시간상으로만 볼 때 첫 부상이후 심판이 이 선수의 치료를 위해 1분 50초를 할애한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KTA의 경기 임원은 1분 30초가 지나자 경기를 중단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타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심판분과 박흥신 위원장 또한 이 경기의 상황을 전해 듣고 해당심판에게 용인대의 실격패를 선언하라고 신호를 줬다. 하지만 심판은 이 신호를 확인하지 못했다. 쓰러진 용인대 선수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경기는 속개됐고 일시적으로 부상을 회복한 이길수는 절뚝거리면서 차태문과 게임을 이어갔다.
미흡했던 경기진행에 나사렛대 코칭스태프는 강력히 항의하며 이길수의 실격패를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TA는 처음 1분에 추가로 30초를 더 할애하고 의료진이 투입됐을 때를 기준으로 추가 1분 30초를 더 주는 것인데 심판이 실수로 의료진 투입 시점에 대해 ‘계시’를 하지 않았을 뿐 시간을 사용한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경기를 진행시켰다.
나사렛대는 자신들의 선수가 이기고 있는 상태였고, 또 이길수의 부상이 회복되지 않다고 판단하고 더 이상의 항의 없이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3R에서 이길수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차태문을 몰아붙였고 순식간에 득점을 뽑아내며 역전 승리를 거머줬다. 나사렛대는 패닉상태로 멍하니 경기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 경기를 두고 일부 지도자들 및 경기 관계자들은 “심판의 명백한 오심이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심판분과측은 “심판이 당황해 추가로 ‘계시’ 선언을 못했을 뿐 오심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첫 날 경기가 끝나고 박흥신 위원장은 해당 심판에게 이후의 경기에 심판배정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했다. 또 앞으로 대회에 위촉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심판분과위원장의 심판 위촉 중단 의사는 사실상 ‘징계’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또 앞으로의 대회에 위촉하지 않겠다는 말은 상임심판으로서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이 경기에 대해 “심판의 오판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해당 심판이 오랜만에 위촉되다 보니 현장감이 좀 떨어져 당황한 것 같다. 경기 운영에 대한 미스라고 볼 수는 있어도 오판이니 오심이니 하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소년체전 심판으로 위촉되어 있었지만 이 경기로 인해 심판 위촉이 취소됐다. 24일 경기에 참석은 하겠지만 코트에 배정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의 대회 위촉도 힘들다. 인사고과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처리하겠다. 다른 심판들 역시 이번 조치에 경각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판원들 전부를 대상으로 인사고과표를 작성하고 있다. 매 대회 후 영상과 득점 데이터를 분석해 심판원들의 실수를 체크하고 있다. 이를 고과에 반영해 대회 위촉 등에 있어 등급을 나누고 있다. 지속적인 교육으로 실수를 최소화 하고 판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들어냈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