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직원들간 불신 심화, 한 조직 내에서 믿고 의지할 사람 없어’
‘특정인사 능력 깎아 내리고 인사권자 눈 흐리게 해 사욕 챙기려는 의도 엿보여’
이름만 변한 국기원이 됐다.
특수목적법인 국기원은 지난해 5월 출범해 이제 막 1년을 넘겼다. 하지만 겉만 변했을 뿐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
한 전문매체는 7월 5일자 온라인 기사를 통해 “국기원이 부정단증 발급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6월 국기원에서 열린 2011년도 제2차 6~9단 승단 심사에서 논문 제출 기한을 넘긴 국기원 모 과장을 포함한 8명의 응시자를 합격시킨 사실이 들어났다”며 “국기원의 심사운영팀장이 자기 식구를 구제해주기 위해 벌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심사 공고문에 기재되어 있는 접수기간과 ‘접수기간까지 미제출 시에는 실격처리하며, 추가접수 불가’라는 문항을 들어 ‘불법단증발급’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모 전문 매체에서 논란 대상자로 지명한 사람은 이경숙씨로 국기원에서 몇 안 되는 장기근속자로서 평직원부터 시작해 경리, 총무팀장을 거쳐 현재 심사운영팀장까지 오른 오리지날 행정직 직원이었다.
이경숙 팀장은 과거부터 국기원내에서 원리.원칙주의자로 통하는 인사다. 오히려 그런 딱딱하고 똑 부러지는 면으로 인해 상급자나 동료직원들로부터 인기는 없지만 사무업무 만큼은 모두 국기원내에서 그녀가 잘해오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경숙 팀장과 만나 이번 논란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해봤다.
다음은 이경숙 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부정 단증 발급이라는 의혹이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부정 발급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국기원에서는 1년에 4차례 3개월 단위로 6, 7단 / 8, 9단 고단자 심사를 보고 있다. 이 중 지난해까지는 8, 9단 심사응시생들이 논문을 심사 당일에 제출했지만 올해 심사부터 이 제도를 보완해 심사일 10일전까지 논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규정을 정했다. 심사를 접수하고 논문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공지한 국기원의 'ooo@kukkiwon.or.kr' 메일주소로 논문을 접수해야 하는데 마감일 다음날인 6월 1일 확인해 보니 심사에 응시하고 논문을 보냈다는 사람 10여명의 논문이 메일로 들어와 있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이 사람들과 일일이 통화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보라고 했다. 당시 10명의 사람들은 논문을 해당 메일로 보냈다고 했는데 확인해보니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kukkiwon.or.kr'의 주소를 ‘kukkiwon.co.kr’로 아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해당 응시생들에게 주소를 다시 가르쳐주고 논문을 받은 것이다.
△당시 공고에는 제출기한을 넘기면 불합격 처리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 문구에 따르면 불합격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문구상으로 보면 불합격이 맞지만 그 문구는 최대한 그때까지 접수해 달라는 의미다. 8, 9단 심사를 보려면 최소한 8~9년을 기다려야 한다. 오랜 시간 승단을 위해 기다렸는데 단지 이메일 주소를 착각해 논문 접수를 못했다는 것만으로 응시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심하다고 생각했다. 태권도인들의 입장에서 이런 착오로 인해 승단심사를 못 본다는 것이 억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다음날까지 접수를 받은 것이다. 올해 1차 심사에서도 3명이 비슷한 문제로 인해 논문 접수를 하지 못해 마감기한을 넘겨 접수했다. 태권도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그렇게 한 것이다.
△당시 10명의 추가 논문 접수자들 중 국기원 과장급 인사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기식구 챙기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나는 여태껏 국기원에서 일하면서 상급자라고 동료직원들이라고 편의를 봐준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나를 아는 사람이면 모두 아는 일이다. 국기원 직원들에게도 나는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해당 직원 또한 나머지 9명의 태권도인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논문을 접수한 것이지 그 사람을 위해 편의를 봐준 것은 아니다.
이경숙 팀장은 자신이 한 행동이 ‘고단자 심사 응시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설명했다. 특정인 봐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리.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그녀가 왜 이러한 논란에 휘말렸을까?
이경숙 팀장은 지난해 7월 특수법인 국기원의 첫 인사이동과 올해 2월 실시한 두 번째 인사이동에서 직제에 배제 될 뻔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경숙 팀장 말고도 다른 팀장급 인사 한명 또한 인사이동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당시 국기원 내부 관계자들은 이들의 대기발령설에 대해 “과거부터 업무에 있어서 원리.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들”이라며 “무조건적으로 상급자에게 복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업무상 옳은 것에는 따르지만 그른것에는 따르지 않는 스타일이라 미운털이 박혔을 것”이라고 전했었다.
이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전환도 되고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졌지만 내부 분란은 종식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이번 논란을 제보한 사람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기원 내에서는 제보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내부 사정을 알려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취재 결과 그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기도 했으며, 일부 직원들 또한 한 인사의 ‘작전’에 이 팀장이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견해를 들어내기도 했다.
얼마 전 한 전문매체는 차기 연수처장을 두고 자천타천 2명의 팀장급 인사가 후보로 물망에 오른다고 보도한 적 있다. 이후 이러한 보도는 와전되고 확대되어 “현 사무처장이 연수처장으로 가고 이경숙 팀장이 사무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문으로 나돌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터진 것이 바로 이번 부정단증발급 의혹이다. 이 매체는 이 논란의 중심에 이 팀장이 있다고 보고 “내부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원장과 부원장을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논문 제출 시한을 연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팀장은 이러한 기사에 대해 “마녀사냥을 당하는 기분이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기사 앞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 팀장의 말에는 그동안 국기원에서 태권도를 위해 장기 근속한 기간의 허망함이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이번 논란을 전한 몇몇 매체의 보도로 인해 국기원 내부는 불신의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
5일 방문한 국기원에서 한 직원은 “이러한 행태의 보도와 뻔히 보이는 언론플레이에 누굴 믿고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의 사욕을 위해 소속된 조직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또 함께 일하는 동료를 밀치면서 살려는 사람들 때문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말단 직원들이 열정을 잃어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 팀장의 결정이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책임이 따라야 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분란을 조장하고 임직원들간 갈등을 야기시키는 사람에 대한 문책”이라며 “원장님과 부원장님과 독대를 할 수 없는 직원 입장으로는 ‘원장님 지시다.’ ‘부원장님 지시다.’하면 믿고 움직였는데 이제는 그러한 말조차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고 반감을 들어냈다.
이번 사안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팀장일까? 아니면 자신의 사욕을 위해 조직내 불신과 갈등을 조장한 익명의 제보자일까?
국기원 집행부가 더 이상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대책을 강구하길 기대해 본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