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정시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태권도 겨루기 경기규칙에는 크게 5가지의 경고사항과 7가지의 감점사항이 있다.
△한계선 밖으로 나가는 행위 △넘어지는 행위 △상대를 잡거나 끼거나 거는 행위 △공격을 하지 않는 행위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세부 9항) 등의 경고사항을 비롯해 △고의적으로 한계선 밖으로 나가는 행위 △상대의 허리 아래 부분을 고의로 가격하는 행위 △‘갈려’ 선언 후 상대를 가격하는 행위 △넘어진 상대를 가격하는 행위 △손으로 상대의 얼굴을 고의로 가격하는 행위 △공격한 발의 체공 시 팔 또는 어깨로 걸거나 손으로 밀어 넘기는 행위 △선수, 코치가 바람직하지 못한 언동을 심하게 하는 행위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감점사항이 있다.
특히 대학 진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등부의 경기와 지역간 경쟁이 극심한 전국체육대회 등에서는 이러한 경고 및 감점을 두고 시시비비가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과거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판정시비, 승부조작 등과 관련해 이를 척결하겠다고 나서며 전자호구를 도입했다.
경기의 득점 중 가장 논란이 심한 몸통 득점을 심판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자호구를 통해 득점유무를 가리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판정시비를 최소화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KTA가 보여준 경기규칙 변경, 전자호구 및 영상판독 도입 등의 대안은 승부조작, 판정시비 등의 논란을 일정부분 가라 앉히는데 성공했으나, 지도자들과 선수,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판정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KTA는 홍준표 회장의 취임 이후 회장이 ‘재밌는 경기’와 ‘공정한 판정’을 천명하고 나서며, 임기 초반 오심을 범한 심판원들을 시범타켓으로 삼아 내부적으로 해당 대회에서 즉각 위촉을 철회하고, 출전을 제한시키며 심판의 오심에 강력한 징계가 뒤따른다는 인식을 심어 줬지만 이러한 징계도 판정시비를 없애지는 못했다.
지난 10월초 열린 전국체육대회와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제46회 대통령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 겸 2012 국가대표선수선발 예선대회’에도 판정시비는 엄연히 존재했다.
지도자들이 경고, 영상판독에 있어 강하게 항의하고 나선 사례가 여러 차례 발견된 것.
지도자들의 항의에는 물론 근거가 없는 무분별한 항의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도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경고문제는 일원화 된 기준 마련이 시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한계선 밖으로 나가는 행위와 넘어지는 행위에 대한 심판들의 경고가 다른 점은 단연 지도자들의 원성을 듣기에 충분했다.
경기 사례를 예로들면 청 선수가 공격 도중 오른발 돌려차기를 시도하다 넘어졌다. 이는 공격 중 불가항력에 의해 넘어진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고의적으로 해당 선수가 코너에 몰려 한계선 밖으로 나갈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경고가 주어진다. 하지만 모 심판은 이를 경고로 인식하고 경고를 주고 모 심판은 불가항력이라고 판단해 경고를 주지 않는다. 심판의 객관적 판단이 아닌 주관적 판단으로 경고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지도자들은 이를 두고 “누구는 경고를 주고 누구는 주지 않는다”고 강하게 어필하고 나선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에 있어 어느 누구도 면밀한 판단과 해명을 하지는 않는다. 반발하고 나서는 지도자를 진정시키고 “그럴 수도 있고 이럴 수도 있다”는 모호한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영상판독은 그나마 근거자료가 있어 좀 진보적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영상판독관의 견해에 따라 득점유무에 대한 편차가 크다.
한 지도자는 “만약 이러한 경기들이 공중파 중계방송으로 송출이 된다면 방송상 득점으로 보이는 부분도 영상판독에서 득점으로 인정이 안 될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며 “오심 및 판정 논란이 다시 과거처럼 확대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기 대회에서는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SBS가 한국체육대학교의 정국현 교수와 함께 테스트 중계방송을 했다. 이 중계방송 직후 정 교수는 전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득점인지 아닌지 빨리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영상판독을 위한) 카메라로 경기를 찍은 것과 방송장비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간혹 다르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고 및 영상판독 등에 있어 명확한 기준에 따르기보다는 심판 및 판독관들의 주관적인 견해가 삽입되다보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는 것.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박흥신 심판분과위원장은 “과거에 비해 지금의 판정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공정해졌다. 어떻게 한번에 많은 부분이 바뀌겠는가 점진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이 그러한 시기라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심판들이 판정에 있어 실수를 한다면 그 경기영상을 저장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심판의 실수라면 해당 경기에서 잠시 빼고 경기영상을 분석해 왜 이러한 실수가 일어났는지 교육을 한다. 해당 심판에 대한 인사고과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자들은 심판의 오심에 KTA가 미온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심에는 강력한 징계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심판원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경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심판의 일당은 타 분과 임원과 동일한 7만원이다. 타 종목들과 비교했을 때 이는 상당히 적은 금액으로 욕을 먹고, 항의를 받고 심지어는 모욕과 공갈, 협박까지 당하는 일이 있어도 이들은 그저 심판이라는 명예를 가지고 참고 버티며 공정한 판정, 깨끗한 경기를 위해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
판정시비는 심판만 공정하게 판정을 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심판의 판정에 지도자들이 승복할 줄 알아야 가능한 것이고, 심판들은 객관적인 판정으로 지도자들과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쌓아야 상호간 서로 인정하는 경기문화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 같은 문화가 자리 잡히기 위해서는 KTA가 심판 및 지도자 교육을 통해 상호간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심판의 경고와 영상판독 등이 모두가 다 납득할 수 있도록 일원화된 기준과 제도를 통해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판정의 문제는 선수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이는 선수들의 미래를 한순간에 망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태권도의 미래라고 일컬어지는 우리 선수들이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