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 모습과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
태권도의 올림픽 퇴출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자크 로게)는 한국시간 2월 12일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OC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오는 2020년 리우자네이루올림픽부터 적용될 25개 핵심종목(Core Sports)에 대한 선정을 마치고 레슬링 퇴출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퇴출 논란에 휩싸였던 태권도의 경우 당당히 25개 핵심종목에 선정되면서 세계 중심 스포츠로 우뚝 서게 됐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첫 선을 보인 태권도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시범종목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고, 시범종목의 폐지에도 불구하고 1994년 9월 4일 IOC 총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4회에 걸쳐 올림픽 무대에 섰다.
김운용 前 IOC 부위원장이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설립할 때인 1973년에만 하더라도 WTF의 가맹국은 19개국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올림픽 정식종목이자 세계 8,000만 수련인구를 거느린 대규모 무도스포츠로서 204개국의 회원국을 보유한 세계 7위의 국제스포츠연맹으로 당당히 이름을 떨치고 있다.
태권도의 퇴출 논란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발생한 판정시비는 태권도 경기의 고질적인 지적사항인 재미없는 스포츠란 인식과 더불어 태권도에 악재(惡材)로 작용했고, 2005년 싱가포르 IOC 총회에서 퇴출 후보로 거론됐지만 야구와 소프트볼이 퇴출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태권도의 위기는 2009년에도 찾아왔다. IOC 집행위원회에서 또 한 차례 퇴출파동을 겪었기 때문이다.
몇 차례 고비를 넘긴 태권도는 이내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2004년 포스트 김운용 시대를 연 조정원 현 총재의 대대적인 개혁프로그램이 그 출발점이었다.
WTF는 조 총재 취임 후 빠르게 개혁을 단행했다. 내부 인사를 비롯해 한국인만의 단체라는 지적속에 한국색을 벗기에 안간힘을 쓴 것.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는 경기규칙을 변경하며 재미없는 스포츠란 인식에서 탈피하기 위한 과도기에 돌입했다. 경기장을 축소하고 10초룰을 적용해 점수를 따 내고 도망가던 기존의 경기방식을 지속적인 공방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꾼 것.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 조 총재는 전자호구 도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판정 시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마지막 보루를 꺼내들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WTF가 도입한 차등점수제, 영상판독시스템, 전자호구 도입은 최근 2회의 올림픽을 거치며 태권도 경기의 신뢰와 재미를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IOC 프로그램위원회에서 정한 39개 평가 항목 중 태권도의 객관적 지표는 하계 올림픽 26개 종목 중 중위권에 해당되어 있었다. 글로벌스폰서의 부족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고, 방송 중계 등의 미디어노출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단점이기는 하지만 IOC에서 강조하고 있는 청소년의 교육적 가치함양과 미래 성장 가능성 등에서는 충분히 다른 종목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한국인만의 단체라는 지적속에 조 총재는 스위스인인 장 마리 아이어 사무총장을 선임했으며, 경기위원장, 심판위원장 등 기술위원회 주요 임원을 모두 유럽 출신으로 임명하면서 급속한 탈 한국화를 시도했다. 현재 국제, 경기.심판 등 WTF의 주요부서에 외국인 직원의 비율이 늘어난 것 또 조 총재의 탈 한국화 과정 중 하나였다.
이 과정에서 논란도 있었다. WTF의 설립과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인 해외 한인 사범들과 설립멤버들인 한국내 태권도계 인사들로부터 WTF의 공용어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변경한 것과 사무총장을 외국인으로 선임한 것, 외국인 위주의 기술위원회 구성 등에 있어 反조정원 기류가 무섭게 떠오른 것.
하지만 조 총재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탈 한국화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공략국가를 정해 시범단과 세계평화봉사재단 단원들을 파견해 WTF의 공익성과 태권도의 교육적 우수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IOC 집행위원회 결정으로 조 총재의 노력은 2005년과 2009년 두 번의 퇴출 위기를 맞은 태권도가 세계 중심의 스포츠로 우뚝 서는데 큰 역할을 했음을 증명했다.
스위스 로잔에 머물고 있는 조정원 총재는 국내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태권도는 전 세계 204개국에 8000만 명의 수련생을 두고 있는 글로벌 무도이다”며 “전 세계의 태권도 수련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올림픽 종목 잔류에 성공한 것에 대해 자긍심을 느낀다. 태권도인들이 더욱 화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태권도는 런던 올림픽에서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태권도가 환골탈퇴에 성공한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WTF는 올림픽 핵심종목 선정을 위한 수동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이제는 능동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글로벌스폰서가 부족하다면 왜 태권도 경기, WTF에 글로벌스폰서가 따르지 않는지 분석하고 먼저 와달라고 요청하기보다는 그들이 먼저 WTF에게 손을 내밀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며, 미디어 노출 역시 중계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태권도 경기가 왜 박진감넘치고 실감적이게 중계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많은 이들이 태권도 중계를 원하고 또 보려하게끔 만들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