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대학교 특강을 마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기자들과 태권도계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창립자인 김운용 前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태권도 3대 기구인 국기원, WTF, 대한태권도협회(KTA)의 현안에 대해 “원로들과 잘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16일 정오 광주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특강 직후 만난 김 전 부위원장은 현재 태권도 3대 기구인 국기원, WTF, KTA의 문제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김 전 부위원장은 태권도의 근대사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1971년 대한태권도협회장으로 취임한 김 전 부위원장은 5개 모체관(청도관, 무덕관, 조선연무관권법부, 중앙기독교청년회권법부, 송무관)과 30개분파로 나뉘어져 있던 태권도 관들을 엄운규, 이종우, 이남석, 홍종수 등과 함께 통합해 1972년 지금의 국기원을 설립했으며, 1973년 한국 스포츠외교의 시초가 된 WTF를 설립해 태권도가 올림픽 스포츠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한국 스포츠외교 1인자로서 1986년 IOC 위원으로 선출되어 1992년과 2003년 IOC 부위원장을 맡았다.
2005년부로 IOC 위원직을 사퇴한 김 전 부위원장은 현재 일본 게이오대학교 법학부 방문교수, 아메리칸스포츠유니버시티 명예총장, 조선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하며, 제2의 김운용을 꿈꾸는 후학들을 교육하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각종 저서를 집필하고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첫 대화에서 “요즘 태권도(국기원, WTF, 대한태권도협회)와 관련해 말들이 많은 것 같다”고 운을 띄웠다.
그의 말에는 이사장 선출을 두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기원과 태권도 퇴출 논란을 겪어낸 후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들간의 총재 선거를 앞둔 WTF를 두고 설립자로서 안타까움이 녹아있는 말이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국기원은 무도의 중심으로 태권도의 뿌리”라면서 “근대 태권도의 출발점이다. 무도정신, 전통을 계승 발전해야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태권도협회는 종주국 협회로서 태권도 보급을 하고 세계태권도연맹은 국제기구로서 태권도의 국제화를 뒷받침 해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었다. 국기원은 엄정한 승단심사 업무와 사범들의 교육을 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국기원, WTF, KTA가 현재 정상괴도를 차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 “취직장소로 전락했다. 국기원과 같은 곳은 취직하는 자리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면서 봉사하는 자리가 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권도 주요 기구의 자리(임원)를 돈을 벌기위해 하려는 것이 아닌 태권도 발전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국기원을 설립했을 때 (모체관)관장들이 단증 발급을 포기하는 양보가 없었다면 설립은 힘들었을 것이다. 한류의 1호는 태권도다. 태권도인들의 양보와 땀을 결실로 국기원이 설립되고 그러한 과정 끝에 태권도가 나아가 다른 종목이 100년 넘게 걸려도 이룩하기 힘든 것을 우리는 40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태권도계에 “국기원 사태에 대한 대안으로 김 전 부위원장이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난 80이 넘었다. 80이 넘으면 고령자다. 창설자로 남으면 그게 좋은 것 아니겠느냐? 그 자리는 실질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자리”라면서 “이사장-원장은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전 세계태권도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다. 무도의 중심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오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이날 국기원의 독립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국기원을 처음 설립했을 때 정부의 도움은 없었다. 철근은 인천제철, 시멘트는 쌍용, 벽돌은 벽산에서 가져와 짓고 태권도인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국기원이 만들어졌다”면서 “국기원은 관을 통합해 국기원의 이름으로 승단심사를 하고 지도자들의 교육을 담당하면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만들어 왔다. 정부에서 태권도를 위해 지원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 논리에서 시작된 무주 태권도원이 완성되면 국기원도 태권도원에 통합된다는 설이 많은데 무주의 태권도원이 얼마만큼 태권도 발전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태권도는 올림픽 스포츠이며 현재 태권도 대학과 학과가 50개를 넘는 시대에 와 있다. 또 국기원은 무도 태권도의 중심이 자 뿌리다. (정치 논리로)억지로 합리화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부위원장은 KTA에 대해서도 혜안을 제시했다. “지난 총회에서 14대6이라는 숫자가 나왔다고 들었다. 상징적인 의미”라면서 “김태환 회장이 지금까지 측근들의 말을 듣고 해왔다면 이제는 중차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협의해 KTA를 이끌어 나간다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의 임윤택 회장, 송봉섭 상임고문, 광주의 윤판석 회장, 이승완, 조영기 상임고문 등과 같은 사람들과 잘 협의한다면 잘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오는 7월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있는 WTF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태권도가 퇴출될 우려가 높다고 했을 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태권도가 절대로 퇴출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IOC 집행위원회에도 내가 (IOC 부위원장을)했던 시절에 태권도를 도와줬던 인사들이 4명이나 있다. 그런데 어떻게 태권도가 빠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국 국적의 사람들과의 대결이 외부적으로 잘못 비쳐질 수 있는 우려는 있다. 아직 부족하지만 태권도는 그동안 많은 변화와 시도를 해왔다. 레슬링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 아무래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모색한 조정원 총재가 유리하다고 본다. 다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각 관들의 통합과 각종 재원의 문제로 10년간 답보상태인 KTA 발전을 도모하고 국기원과 WTF의 설립을 통해 ‘태권도’가 전 세계인의 무도이자 스포츠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김 전 부위원장의 뼈 있는 한 마디를 태권도인들이 새겨 담아야 할 때이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 02)424-2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