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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인자’ 불운의 오혜리 세계 최정상 올랐다!

“사림이 간절하면 반드시 된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어”
국제태권도신문 | 2015/05/18 03:02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73kg 우승을 차지한 오혜리가 인터뷰를 통해 우승 소감을 전하고 있다.

‘국내용’, ‘만년 2인자’라는 수식어 속에 부상까지 겹치며 불운한 선수생활을 한 오혜리(춘천시청)이 마침내 자신을 따라다니는 2인자 수식어를 깨고 세계 최정상에 등극했다.

 

오혜리는 5월 12일부터 18일까지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위치한 트락토르(Traktor)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73kg에 출전해 종료 1초를 남기고 회심의 왼발 뒷꿈치로 득점을 뽑아내며 극적으로 세계챔피언의 자리를 차지했다.


오혜리에게 ‘만년 2인자’, ‘국내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지난 2011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부터다. 당시 오혜리는 프랑스의 에팡그 글라디스(Epangue Gwladys Patience)와 결승전에서 맞붙어 2대 2로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득점을 내지 못했고, 결국 심판판정패로 아쉽게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때는 부상으로 인해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면서 국제무대와 멀어졌고, 부상 회복 후에는 국내대회에서 좋은 기량을 보이며 지난 2013년 영국 맨체스터 그랑프리시리즈에 출전했으나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해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국제무대에서 다시 재기를 꿈꾼 건 지난해 12월 멕시코 케레타로에서 열린 ‘2014 월드컵태권도단체대항전’부터다. 당시 오혜리는 김혜정, 김휘랑, 김미경, 서소영, 박혜미, 황경선 등과 팀을 꾸려 한국대표로 출전했으며, 중국을 맞아 우승팀에 오르면서 랭킹포인트 20점을 획득했다.


월드컵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오혜리는 지난 2월 제주도에서 열린 국가대표최종선발전에서 이인종(서울시청)을 상대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투지를 보여줬고, 재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왼발을 이인종의 머리에 꽂으며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오혜리는 지난 선발전에 대해 “당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좀 힘들었어요. 내가 제주도에 내려가기 전까지 가족들은 선발전에 피해를 줄까봐 얘기를 하지 않았고, 계체 전날 비보를 접했지만 장례식에 참석하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라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걱정하지 않게 이렇게들 모두 배려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족들이 내게 거는 기대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컷죠. 아무래도 가족들의 배려가 원동력이 돼서 간절했던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오혜리는 국내 언론의 ‘국내용’, ‘만년 2인자’ 평가에 대해 본인 스스로 잘 알지 못했다. 오히려 “나만 모르고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1등이 아니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냉철한 세계에 대해서는 부담도 크고 마음 한켠에 억울함에 대한 응어리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무엇보다도 ‘지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동안 많이도 져보고 해서 지는 것에 대한 울분이 있었고, 내가 이번 대회에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어요. 특히 부상으로 인해 몇 차례 국가대표 선발을 놓친 적도 있고 해서 선발전 이후에는 ‘부상만은 당하지 말자’라는 의지를 가지고 훈련에 임했죠”  


오혜리는 8강 경기에서 승리하며 준결승에 진출했을 때 우승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고 한다. 특히 준결승과 결승전을 앞 둔 전날 저녁에는 숙소에서 내일 우승하면 세리머니를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생각도 할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고 한다.


“내일 우승하면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장정은 코치)과 상의도 해볼까 했지만 아직(경기를 앞두고)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혼자만 우승하면 이렇게 해야지 생각했어요”


오혜리는 전날 밤 자신이 생각했던 세리머니를 우승 직후 바로 보여줬다. 종료 1초전 극적인 득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오혜리는 경기종료 부저가 울리자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관중석을 향해 자신의 우승자임을 알렸으며,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자신의 세컨인 장정은 코치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후 오혜리는 보조요원에게 KOREA라고 적힌 선수피켓을 뺏어 들고 코트를 돌며 한국의 여자부 종합우승과 자신의 첫 세계대회 금메달에 대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73kg 우승을 차지한 오혜리가 우승 확정 직후 장정은 코치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오혜리가 첫 세계대회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은 것은 ‘간절함’ 이었다.


“이번에 간절히 소망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그동안 국내대회에서도 매 경기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절하게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이번 세계대회에서도 그 간절함이 절 챔피언으로 만든 것 같아요. 준결승과 결승 모두 종료직전 득점을 뽑아 올라온 것도 그렇고 제 간절함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죠?”


이번 세계대회 대표팀에서 오혜리는 둘째 언니다. 맏언니 황경선보다 2살이 어려 중간에서 선배와 후배의 균형을 맞추는 둘째 언니 역할을 해야했다.


“아무래도 경선이 언니 다음이라서 후배들과의 중간역할을 하는 것이 좀 힘들었어요. 중간이라는 것이 위에도 잘해야 하지만 밑 후배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 자리잖아요. 그래도 경선이 언니도 절 믿고 잘 감싸줬고, 후배들 역시도 잘 따라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


‘국내용’,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대한민국 여자 간판으로 부상한 오혜리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첼랴빈스크-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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