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진(공인 8단, 세계태권도청소년선수권대회 코치, 한국 청소년 국가대표팀 상비군 전임지도자 등 역임)
필자는 지난 4월 19일 ~ 21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제2회 아시아 파라 태권도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지체 장애 선수들에 대한 30일간의 강화훈련 지도자를 맡아 합숙훈련을 하고 아시아 대회까지 참여를 했다. 그동안 장애인(농아) 선수들은 많이 지도해 봤지만 장애인(지체) 선수들은 국내에서 처음 국제대회를 출전하게 되면서 국내에 그 어느 지도자도 정식 국가대표 선수단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선수들의 수준이나 타 국가 선수들의 정보가 전혀 없어 매우 궁금하기도 했으며 태권도 종주국 이라는 사실은 많은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30일간의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의 강화훈련은 이천 장애인 훈련원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농아와 지체 선수들이 함께 훈련 하면서 서로 다른 장애를 극복하고 선수로 참여함으로서 다소 생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질감 없이 오로지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라는 테두리 속에서 선, 후배간의 위계질서를 잘 지키며 서로 도우고 협력해 나가면서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로 훈련을 잘 마칠 수 있었다.
훈련 시스템은 지체 장애 선수들의 대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지체 선수들의 경기룰에 맞게 진행하였다. 일단 얼굴 공격을 할 수 없으며 주먹 공격은 할 수 있어도 득점은 없다는 사실이 가장 생소했지만 뒷차기나 턴차기 등 나머지 경기 진행 방식은 비장애인 선수와 똑 같다. 그래서 훈련 스타일은 단순하게 진행 할 수밖에 없었으며 3명의 지체 국가대표 선수들은 매일 소속팀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아니며 태권도와는 다소 동떨어진 직업을 갖고 자신의 일을 하다가 몇 안 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선발된 선수들 이므로 어느 정도 체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느냐가 가장 관건이었지만 나름 힘든 과정 속에서도 열심히 훈련 스케줄을 소화해준 우리 선수들이 대견스러울 뿐이었다.
청각장애 선수들은 잘 들을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고 지체 장애 선수들은 한 쪽 팔의 일부분(팔꿈치 이하)이 없어 모든 생활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 하는 모습에 안타깝기도 했지만 무작정 우리 선수들을 도와주고 싶고 그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 지도자들은 하나가되어 하나라도 더 지도하고 선수들이 훈련을 잘 소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했다.
청각 장애 선수들은 내년에 농아 올림픽이 있고 지체 장애 선수들은 2020년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이번 훈련은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훈련이었다. 하지만 지체 장애 선수들은 태권도 선수로 경험이 전혀 없어 체력과 더불어 가장 큰 문제는 경기 방식의 이해와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었다. 하지만 경기 감각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터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많은 기간 훈련과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흐름을 읽을 수 있듯이 매우 힘든 부분 중에 하나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비교적 잘 소화해 냈다.
우리 대한민국 지체 장애 국가대표 삼총사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61Kg의 한국현(37) 선수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까지 일반 선수생활을 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었으며 나름 국제대회 경험이 있었다. -72Kg의 최재식(37) 선수는 무예타이 선수 생활을 오래했으며 국내 챔피언 출신이다. 그리고 +72Kg의 김명환(33) 선수는 합기도 전공 출신으로 합기도 사범생활을 하다가 태권도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 선수이다.
예상대로 대회는 만만치 않았다. 일단 아시아 대회이기는 하지만 세계 모든 나라가 출전해도 무방한 대회이다. 그래서 아시아 대회라고 하기에는 모순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선수들보다 훨씬 수준이 높으며 장애인 선수들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는 역시 이란과 러시아였다. 이들은 우리 선수들보다 훨씬 기량이 좋았으며 이들 국가의 선수층은 젊은 20대 초반의 선수들부터 3, 40대의 노장 선수들까지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태권도연맹(이하, WTF) 시스템 상의 문제는 분명 있었다. 지체 장애인 선수들의 등급분류를 위해 WTF 소속 등급 분류사가 현재 약20명 정도 운영되고 있다. 등급 분류사의 자격은 의사나 재활치료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WTF에서 실시하는 세미나에 참석해서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시험과 연수를 통해 자격이 부여된다. 초창기 지체 선수들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지체가 아니더라도 마미 장애가 있는 선수들도 지체 장애 선수로 분류하여 대회에 참여 하도록 하여 대회가 치러지고 있었다. 지금 현재 장애인 선수들도 비장애인 선수처럼 랭킹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국제대회 시 시드배정이 주어진다. 이번 아시아 대회에 우리 선수 3명의 선수 중 2명이 세계랭킹 1위의 선수들과 경기를 했으며 세계랭킹 1위의 선수들은 역시 지체(절단, 마비) 장애 중 마비의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었으며 마비 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손가락 신경은 모두 살아있고 팔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장애 선수들로 분류하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지체 장애라 함은 절단을 의미한다. 한 쪽 손목관절이 없거나 또는 양쪽, 한 쪽 팔꿈치 관절이 없거나 또는 양쪽, 한 쪽 어깨가 없거나 또는 양쪽으로 분명히 구분되어 있으며 대회는 3체급으로 구분하지만 장애 유형별로 나뉜다. 하지만 마비 선수들이 문제인 것이다. 이들의 선수는 일반 선수들과 똑 같은 생활을 하며 수준 또한 매우 높았다. 다시말해 장애 선수들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 높은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 하지 않는 한 우리 선수들의 미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루 빨리 국내에도 등급 분류사가 배출되어야 할 것이며 국내 등급 분류사가 WTF의 등급분류사로 활동하면서 문제점을 지적 한 후 올림픽 규정을 새로 만드는 문제가 가장 시급해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현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 하는데 그쳤지만 이 또한 엄청난 결과이고 소득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 선수들은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지체 선수들이 턱없이 부족하고 있는 선수들 또한 30대 중 후반의 선수들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현실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장애인(지체) 태권도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어린 유망주 선수들을 발굴해야 할 의무가 있어 보이며 비장애인 선수들도 마찬가지 이지만 랭킹제도가 운영되므로 우리 선수들이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경험도 하고 랭킹 포인트도 획득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제대로 된 훈련이나 국제대회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아쉽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국가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지도자로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루 빨리 장애인 선수들의 미래에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는 실업팀이 창단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장애인 실업팀이 생긴다면 우리 선수들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므로 대한민국의 장애인 체육을 선도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예산상의 문제로 푸념만 하고 있을지? 답답할 뿐이다. 체육회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선정해서라도 태권도 실업팀이 하루 빨리 창단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며 장애인(청각, 지체) 태권도 선수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