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진(공인 8단, 세계태권도청소년선수권대회 코치, 한국 청소년 국가대표팀 상비군 전임지도자, 장애인태권도 국가대표 감독 등 역임)
요즘 우리 태권도 경기장을 가보면 언제부터인가? 학부모들의 참여와 열정적인 응원은 대단하다. 심지어 대학생들의 경기장을 찾아봐도 학부모들의 열기는 초, 중, 고등학교 경기장 열기에 뒤지지 않는다. 물론 시간이 허락해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는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이 지도자 눈치를 보느라 경기장을 찾는 학부모들도 간혹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기장을 찾는 우리 부모들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는 현장 지도자 시절 솔직히 우리 학부모들이 경기장을 찾는 일에 별로 반기지는 않는 편이었다. 물론 지도자들의 성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팀 들은 간혹 부모들이 지도자들의 영역까지 침범을 하고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언행으로 문제가 된 경험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과연 그 영역은 어디까지 일까? 권력이나 권위가 아니고 당연히 지도자가 해야 하는 책임이나 역할을 말 하는 것이다. 그 정도의 영역은 어느 학교나 어떤 지도자나 다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소위 요즘 학부모들은 자기주장이 강해서 학부모들에게 끌려 다니는 지도자들도 많아 보인다. 지도자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할 때 일부 학부모들이 주장을 내세우면 어쩔 수 없이 지도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극소수의 학부모와 팀 지도자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 등으로 필자는 지도자 시절 학부모들이 학교 훈련장이나 경기장에 찾아오는 일에 별로 긍정적이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장, 단점은 분명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학부모들이 찾아와 아이들의 수발을 들어주면 지도자는 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나 둘 부모들이 챙겨주다 보면 팀의 룰이나 분위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학부모들의 의지대로만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그래서 팀의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위계질서가 무너지며 선수들의 정신력이 나태해 지거나 또는 학부모들끼리 마음이 맞지 않아 언쟁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학부모들이 경기장을 찾을 때는 멀리서 자녀들의 경기만 관전해 주시를 바랬던 기억이 있다.
필자가 바라는 학부모들의 역할은 운동 열심히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자녀가 권태기나 슬럼프가 찾아와 힘들어 할 때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을 뒷바라지 하는 부모들은 무조건식의 1등을 강요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은 프로선수와는 엄연히 다르다. 아마추어 스포츠의 사전적 정의는 “금전적인 이득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신체단련, 건강증진, 정신건강의 증진 등을 위해 스포츠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 한다” 라고 정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던 일도 포기하고 이렇게 경기장까지 찾아와서 돈도 많이 쓰고 고생하고 있는데 너는 왜? 이렇게 밖에 못하냐는 항변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운동선수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 라고 하는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해 필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김모양과 어머니의 갈등에 대한 방송을 보고 본 주제를 결정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딸에게 항상 1등을 강조하며 24시간 딸의 매니저와 코치 역할을 한다. 스포츠 부모의 대표적인 예는 골프의 박세리 선수의 아버지다. 박선수의 아버지는 딸을 혹독하게 훈련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여자 골프에서 제2의 박세리를 꿈꾸는 박세리 Kid가 많이 나타나면서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은퇴한 남자 테니스 스타인 안드레 아가시(미국)는 최근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테니스를 하기 싫었으나 아버지의 강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테니스를 했다고 고백했으며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아버지에 의해 테니스 선수가 될 것이 정해져 있었다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훌륭한 테니스 선수가 되었지만 그의 유년 시절은 전혀 즐거울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운동선수로서 자녀의 성공을 위해 부모는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엄격한 관리자가 되는 것이 능사일까? 올바른 스포츠 부모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위의 사례 말고도 박인비(골프) 선수나 김연아(빙상) 선수 그리고 서장훈(농구) 선수 등 많은 스포츠 스타를 길러낸 부모의 사례는 많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속에 부모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스포츠 교육 안에 자녀들의 의사 결정권은 없다는 것이다. 소수의 성공담을 맹목적으로 쫒는 행렬 속에 사라지는 무수히 많은 실패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부모들은 맹목적으로 경기장을 찾는다. 간혹 아이들을 핑계로 흥청망청 하는 부모들도 있다. 술에 취해 아이를 야단치고 술 냄새를 풍기며 다음 날 경기장을 또 찾는다. 박세리 선수의 아버지는 딸의 캐디를 할 때 대회에서 딸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를 한 날 “너는 선수도 아니다” 라는 등의 야단을 치고 그 날 밤 술에 취해 호텔방에 들어와 딸과 같이 쓰는 방에서 코를 골며 잠을 청했던 일에 대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는 부모의 보상심리가 자녀에게 심리적인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며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를 포기하거나 파괴하는 극단적인 양육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 것이다.
스포츠 선수는 이제 더 이상 배고파서 선택하는 직업이 아니며 운동만 하는 기계가 되어서도 안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되면 부와 인기 그리고 명예까지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시대다. 더욱이 여러 종목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무조건식 스포츠 조기 교육을 시키는 한국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우리 부모들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때라고 본다. 우리 자녀들의 운동세계에 부모들의 잘못된 역할이 화(禍)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