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태권도협회 최창신 회장(우)과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정재규 관리위원장(좌)이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이면합의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대한민국태권도협회(KTA) 회장 선거와 관련해 정재규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관리단체위원장과 최창신 KTA 회장의 이면합의 의혹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 KTA 회장 선거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중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태권도계 라인들이 개입한 정황이 하나둘씩 수면위로 오르면서 김종의 태권도계 장악음모가 현실로 들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이 같은 각종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물은 바로 정재규 위원장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관리단체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서울시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된 것은 지난해 6월이지만 서울특별시체육회(회장 박원순)는 당초 이봉 가천대학교 교수를 관리위원장으로 내정했다가 본인이 고사함에 따라 약 3개월 동안 관리위원장직을 공석으로 방치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9월 1일 서울시협회 관리단체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정 위원장은 “(체육회)정창수 사무처장이 전화가 와서 나를 보자고 하더라. 관리위원장 선임 전에 봐야지 않겠냐고 해서 순창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와 정 처장을 만났다. 다음날 박원순 시장께 결재를 받고 나를 관리위원장을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정 위원장은 정 처장을 만나기 전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김종 전 차관을 만나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관리위원장직에 대한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과의 만남에는 현재 KTA 최창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태권도협회 ‘실세’로 불리는 모 씨 등이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영호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도 정 위원장의 선임과 KTA 회장 선거 개입 의혹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조 전 총장은 체육계 인사 중 대표적인 김 전 차관 라인이다. 김 전 차관은 2003년 조 전 총장을 자신이 국제이사, 부회장으로 활동한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회장으로 옹립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함께 활동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2005년 조 전 총장은 한양대학교 예술체육대학 학장으로서 당시 수원대학교 교수였던 김 전 차관을 한양대 체육대학 교수로 채용했다.
이후 김 전 차관은 조 전 총장의 아래서 스포츠산업학과장, 스포츠산업마케킹센터장, 대학원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 주임교수, 예술체육대학장 등을 거쳤다.
김 전 차관이 2013년 10월 문체부 2차관으로 취임 한 후 조 전 총장은 문체부가 승인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민생활체육회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2016년 3월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통합하면서 문체부는 사무총장에 문체부 관료출신인 양재완 전 사무총장을 밀어내고 조 전 총장을 통합체육회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정 위원장의 선임과 KTA 회장 선거과 관련해 조 전 총장의 개입설이 불거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KTA 회장 선거 이면합의’의혹의 시작은 정 위원장의 문자로부터 시작됐다. 정 위원장은 지인에게 보내는 문자에서 “최창신씨가 나의 앞길을 막는군요. 비겁하고 야비하던군요. 저하고도 약속을 5번이나 어긴 신의도 없는 분이더라고요. 겉으론 점잖은 척...”이라면서 “선거법을 어기어 결정적으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으나 서울시 초.중.고 코치 감독들하고 최 회장하고 면담이 있으니 이번에도 약속을 안 지키면 제가 이 정보를 OOO에게 드릴 생각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정재규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관리단체위원장이 지인에게 대한태권도협회 최창신 회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을 비롯해 개인을 힐난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서 정 위원장이 주장한 ‘선거법을 어기어 결정적으로 법의 심판으로 받을 수 있는 증거’가 현재 확대되고 있는 이면합의 의혹의 실체다.
정 위원장은 KTA 회장 선거에서 최 회장을 지지했다. 지난해 10월경 본 기자가 서울시체육회 관리위원장 사무실에서 정 위원장을 만났을 때 정 위원장을 비롯해 같은 전북출신 임원 일부는 최 회장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밝히면서 “최창신씨 같은 사람이 회장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태권도가 바르게 간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을 지지하던 정 위원장이 선거인단 추천을 포기한 것에 대해 최 회장과 모종의 이면합의를 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 회장이 당선 후 서울시협회의 심사권을 재위임해주고, 정 위원장이 서울시회장 선거에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다는 일종의 조건부 합의다. 또 이 과정에 정 위원장은 KTA 이사 자리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추가했다.
정 위원장이 지인에게 보낸 문자에서 나온 ‘선거법 위반 증거’로 거론한 것이 바로 이면합의 내용이라는 것.
정 위원장과 최 회장의 이면합의 의혹 이외에도 조 전 총장의 KTA 회장 선거 개입 의혹도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당시 KTA는 통합 및 회장 인준을 받지 못한 시도지부에 대해 선거인단 추천권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민원이 제기되어 통합이 됐으면 임원 인준을 받지 않았더라도 대의원과 임원을 제외한 선거인단의 추천은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KTA는 통합이 마무리된 4개 지역에 대해 추가로 선거인단을 배정했다.
조 전 총장의 개입을 주장하는 측은 당시 조 전 총장이 최 회장의 선거 지원을 위해 최 회장의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4개 지역의 선거권 배정을 긴급하게 처리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이면합의 의혹과 관련해 정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다.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 소설을 쓰느냐? 당연히 OOO쪽에서 그렇게 몰아가겠지만 그러한 적이 없다”면서 “무슨 내용이 들어있느냐 문자에, 내가 다 해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문자를 하루에도 수십개씩 보내는데 선거법 위반이고 증거고 말한 거는 화김에 한 소리다. 다 해명할 수 있고 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은 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 위원장은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KTA의 ‘실세’로 불리는 모 씨가 현재 거주중인 오피스텔 임대료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장은 “내가 청와대 있을 때부터 누구한테 모 받고 이런 것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 그런 사람 아니다. 내가 다 임대료도 내고 보증금도 내고 영수증이 다 있다”면서 “내가 관리위원장으로 받는 200만원도 안 쓰는데 차라리 그렇게 받을 거면 이 돈을 가져가 임대료로 쓰지 왜 안썼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재 최 회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에 있다. 최 회장을 고발한 측은 이번 이면합의 의혹에 대해 추가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