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태권도용품업체 경영자가 중국내 태권도 상황에 대해 SNS에 글을 올리면서 ‘중국 자체단증 발급’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중국 자체단증 발급 문제는 단순히 한 국가의 일탈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현재 전 세계 국기원 품단증 발급 현황은 9백 8십만명으로 이중 해외 인구는 16%를 좀 넘는 60만명뿐이다.
중국이 국가 정책적으로 태권도 단증 발급 사업을 진행하는 순간 중국내 단증 발급 인구가 국기원 단증 발급 인원을 뛰어 넘는 건 시간문제다.
국기원은 지난 2010년 특수목적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해외 정책 사업의 일환으로 국기원 단증 보급 확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의 모체가 된 9개 관(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해외 단증 추천 권한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갔으며, 국가 단위별로 지원 및 지부 개설, MOU 체결 등을 통해 해외 사범 개인이 국기원 단을 추천하던 방식도 그룹 또는 단체에 심사집행권한을 위임하면서 체계 확립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성적이며, 정량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신력 있는 단체나 그룹에 심사 및 연수권한을 부여하지 못하고, 특정인맥과 계파, 실권자들의 친소관계에 의해 무분별하게 MOU가 체결되고 지원 및 지부 개설이 이루어지다보니 이에 회의감을 느낀 한인 사범들과 현지인들은 국기원 단증이 아닌 본인 명의의 개인 단증을 발급하거나, 특정단체 명의의 유사단증 발급을 통해 국기원 단증 보급의 활로를 막아섰다.
국기원은 국내의 경우 1국가 1단체 심사위임을 명분으로 대한태권도협회만을 유일한 심사위임계약 체결단체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국가의 경우 1국가 1단체가 아닌 개인과 그룹 또는 민간단체에 권한이 부여되다보니 국기원 단증 발급이 태권도의 질서와 체계확립을 위한 사업이 아닌, 개인 장사속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06년 중국태권도협회를 대신해 ‘성광’이라는 에이전시 회사가 국기원과 MOU를 체결하고 중국내 국기원 심사집행 권한을 위임받은 바 있다.
정부의 산하조직으로 독자적인 민간단체가 아니었던 중국태권도협회는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성광’을 통해 심사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기원 단증 발급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당시 협회가 아닌 민간업체인 ‘성광’이 단증발급 사업을 전담하면서, 국기원 단증이 직접적인 심사 없이 무단을 발급되는가 하면, 심지어 중국내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누구나 구매할 수 있게끔 되어 부정단증 발급 논란에 휩싸였다.
국기원은 이 같은 중국내 부정단증 발급 문제를 빌미로 ‘성광’과의 MOU를 해지하고 독자적인 지원 설립에 나섰으나, 국가협회와의 협의가 아닌 임직원 친분에 의한 개인사업으로 변질되면서 현지의 반발에 막혀 지원설립 계획이 무산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에 국기원은 한인사범들의 중심이 되는 재중국태권도협회와 MOU를 체결해 중국내 한인 도장의 경우 재중국태권도협회를 통해 심사를 집행하도록 했으며, 에이전시 개념의 업체인 ‘롱차이’와의 계약을 통해 중국태권도협회와의 3자간 심사위임계약 체결에 나섰다.
롱차이를 통한 중국내 단증 발급 사업은 초반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듯 했으나, 최근 중국 정부에서 체육종목 활성화를 빌미로 수익사업 제한 정책을 풀면서 중국협회는 에이전시를 통한 심사위임계약이 아닌 국기원과 중국협회 양자간 직접 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기원은 롱차이와의 계약과 재중국태권도협회와의 MOU를 이유로 중국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협회는 국기원과의 양자간 계약 체결이 원만치 않자, 즉각 자체단증 발급 계획에 들어갔다.
지난 8월 1일 중국협회의 중국태권도협회승단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자체단증 발급에 나선 것.
오는 9월 17일 요녕성 대련에서 중국협회 자체 사범자격증과 승단심사위원 연수를 개최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10월 운남성과 사천성 일대에서 월단이 가능한 고단자 심사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국기원이다. 국기원은 즉시 중국내 소식통을 통해 단증발급 유무 확인에 들어갔으며, 담당자를 파견해 중국협회 관계자와 만나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협회는 국기원에 중국내 독점적 심사 및 연수 권한 위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세계태권도연맹의 경우 올림픽 및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국기원 (품)단증 소지자에 한함으로 명시해 대다수의 국가협회가 선수 육성을 위해 국기원 단증 발급에 협조했지만, 지난 2010년부터 세계태권도연맹이 국기원뿐만 아니라 세계태권도연맹의 단/품증 소지자로 규정을 개정하면서 굳이 국기원 단증이 없더라도 세계태권도연맹이 인정하는 라이센스만 확보하면 국제대회 출전에 지장이 없어 국기원 단증의 강제력도 상실되고 있다.
현재 필요한 것은 국기원의 의지다. 국가단위 심사위임계약과 관련해 국내와 해외 동일한 기준으로 1국가 1단체의 독점권한을 인정하던가, 아니면 국내와 해외를 구분하지 않고, 국기원 사범지도자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사범 개개인이 심사집행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극단적인 선택이 필요한 상황.
중국내 자체단증 발급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중국뿐만 아니라 타 국가들의 자체단증 발급도 막을 수 없다.
다수의 국가에서 자체단증을 발급하는 순간, 국기원은 단순히 한국내 단증을 공급하는 단증제조 공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내의 단증 발급에 대한 지위만을 보존 받을 뿐 해외에는 국기원 단증이 발급되어야 할 어떠한 명분이나 근거도 없기 때문.
국기원이 과연 중국내 자체단증 발급에 대한 어떠한 혜안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